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가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사실상 그룹의 중대 결정은 김 위원장을 거치는 만큼 총수 공백이 장기화하면 M&A(인수합병) 투자와 신사업 진출, 계열사 IPO(기업공개) 등이 당분간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이른 기간 성장을 이뤄온 만큼 그 이면의 후유증과 약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2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날 오전 1시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남부지법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가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6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줄곧 ‘결백’을 주장해왔지만 이번 구속으로 카카오 내부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공백이 카카오의 ‘시계 제로’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을 직접 지휘하는 기구인 ‘경영쇄신위원회’를 CA협의체 내에 신설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 2022년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지 1년 8개월 만이었다.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 의장이기도 한 김 위원장의 공백으로 경영쇄신·효율화 작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당분간 카카오의 신사업이나 투자 시계는 당분간 멈출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형 M&A 등 사실상 카카오의 대규모 의사결정은 김 위원장을 거친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도 지난해 10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배 대표와 김 위원장의 공백은 카카오 미래 사업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야심차게 준비 중인 AI(인공지능) 사업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AI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달 AI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합병한 뒤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출범했다. 하지만 회사에 잇따른 소요 사태로 당초 지난해 상반기 공개 예정이었던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 발표 시점까지 늦춰지고 있다.
계열사 IPO 시기도 무기한 연기가 우려된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가 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사업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북미에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특히 해외 매출이 주력인 SM엔터를 등에 업고 ‘비욘드 코리아'(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30% 확대)를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인수 후 구설에 휘말리면서 당분간 해외 사업은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