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다양한 생활습관 중 일부는 매일 뇌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수면 부족,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뇌에 악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뇌세포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칠 수도 있다. 우리가 무심코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 중 뇌를 해치는 습관 5가지를 알아보고, 그 원리를 신경과 전문의 정우현 원장(감화요양병원)과 함께 알아본다.
1. 수면 부족
충분한 수면은 뇌세포가 하루 동안 축적된 피로물질을 제거하고 기억을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다.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에서는 뇌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져 인지기능 저하와 기분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정우현 원장은 “연구에 따르면 만성 수면 제한은 뇌 특정 영역의 뉴런을 손상시키고 심하면 사멸시킬 수도 있다”며 “깨어있는 동안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청색반점(Locus Coeruleus) 신경세포 등은 만성 수면 부족 시 산화적 스트레스가 누적돼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에서 단백질 찌꺼기와 같은 노폐물 청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알츠하이머 등의 위험도 높일 수 있다.
극도의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면역체계 교란과 대사 이상으로 뇌세포 환경이 악화된다. 정 원장은 “쥐 실험으로 몇 주 만에 뇌세포 일부가 소실됐다는 결과도 있었다”며 “다행히 경미한 수면 부족으로 인한 기능 저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 가능하지만 만성적인 수면 부족 습관은 뇌세포 건강을 서서히 해치는 위험한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2. 스마트폰의 과다 사용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크린 기기의 과다 사용은 ‘디지털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때 뇌는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 자극에 노출돼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기 미성년자의 뇌에서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전두엽을 비롯한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우현 원장은 이와 관련해 2023년 정신과 분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 Neuroimaging)’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소개했다. 해당 논문에서는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사람들은 인지 조절과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두정엽 네트워크의 기능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이는 뇌가 평소 ‘쉽고 빠른 자극’에 익숙해져 스스로 깊이 사고하거나 기억하려는 노력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단기 기억력 감소, 처리 속도 저하 및 감정 조절 어려움 등이 발생한다. 비공식적으로는 이를 디지털 치매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 화면의 빛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추가적인 뇌 피로를 유발하면 나쁜 영향이 연이어 발생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3. 카페인섭취
카페인은 커피, 차, 에너지 드링크 등에 포함된 각성물질로 적당한 양을 섭취하면 뇌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를 일시적으로 차단해 졸음을 물리치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정우현 원장은 “하루 약 100~200mg 정도의 소량으로 카페인을 섭취하면 뇌세포에 특별한 손상이 생기지 않는다”며 “카페인 섭취가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힌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문제를 일으킨다. 하루 400mg을 초과하는 카페인을 장기간 섭취하면 만성적인 불안, 불면, 심박수 증가 등이 나타나고 이는 뇌에 만성 스트레스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카페인을 늦은 저녁에 섭취하면 수면을 방해해 수면 부족으로 인한 뇌 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 고용량의 카페인은 뇌혈관을 수축시켜 두통을 유발하거나 뇌로 가는 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 원장은 “카페인 자체는 용량을 지키면 큰 해가 없지만 상습적인 과잉섭취 습관은 수면과 뇌 건강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뇌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 알코올 남용
정우현 원장은 뇌세포에 가장 치명적인 독 중 하나가 알코올 남용이라고 말했다. 알코올은 혈뇌장벽을 통과해 직접 뉴런에 작용하며 특히 전두엽과 소뇌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 단기간 폭음하면 일시적으로 뇌세포 기능이 억제돼 판단력 저하와 운동실조가 유발되고, 장기간 과음하면 뇌 구조 자체의 변성이 일어난다.
정 원장은 “실제로 만성 알코올 중독자의 뇌 MRI를 보면 전반적인 뇌 부피가 줄어드는 ‘뇌 위축 현상’이 뚜렷하다”며 “이는 알코올에 의해 뉴런과 시냅스가 파괴되고 사용되지 않은 신경세포가 죽어 빈 공간을 뇌척수액이 채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알코올은 뇌세포의 영양공급을 차단하고 신경독성물질로 뉴런막을 손상시킨다. 임상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알코올 남용은 알코올성 치매나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과 같은 뇌장애를 유발하는데 이는 뇌세포의 대량 손실과 관련된다. 일상적으로 한두 잔의 소량 음주는 큰 해가 되지 않지만 만성적인 과음 습관은 뇌세포를 직접 죽여 뇌 구조를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치명적 요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절주할 필요가 있다.
5. 스트레스
정우현 원장은 만성 스트레스를 보이지 않는 뇌 살인자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