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HBO ‘디 아이돌'(The Idol) 포토콜 행사에서 제니가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28억원입니다.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캘빈클라인 관련 게시물 하나의 평가 가치다. 미국 마케팅 플랫폼 런치메트릭스가 인플루언서의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지표(MIV·Media Impact Value)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은 제니와의 콜라보 캠페인으로 6800만달러(약 903억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제니는 K팝 스타를 넘어 ‘K 인플루언서’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미 유통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이 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게시물 하나하나가 ‘광고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4일 트렌드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제품 구입 시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 소비자가 전체 인구의 71.4%(약 3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셜미디어 사용자 수는 4600만 명으로 집계됩니다. 국민 대다수가 SNS 마케팅에 노출돼 있는 셈입니다. 기존 미디어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SNS 플랫폼을 활용해 인플루언서 대열에 진입하기 쉬워졌습니다. 그들의 활동을 지원·관리하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회사도 탄생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인플루언서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금액 규모는 2016년 211억달러에서 2023년 17억달러로 7년 새 12.4배 성장했습니다. 또 지난 2월 전 세계 마케팅 대행사 등 관계자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마케팅 예산의 40% 이상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지출하는 기업 비중이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소셜커머스(SNS를 통한 제품 구매) 시장 규모는 2022년 60조5000억원(105조4000억원)에서 2025년 796억달러(457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입니다.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나스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 규모도 2022년 28조원에서 2025년 6조원 규모로 5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기업들도 국내외 ‘메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수출 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현경 대한민국 인플루언서협회 회장(IT정책경영학 박사)은 “인플루언서 한 명이 1시간에 수십억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기업들은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K푸드·K뷰티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가 한국 제품을 판매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제도적 뒷받침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대환 국민대 경영정보학부 교수(인플루언서산업연구원장)는 “수출기업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향후 5년간 누적 경제효과는 최소 3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인플루언서 구독자·팔로워 수 조작이나 기업의 허위 상품 매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이른바 플랫폼 ‘갑질’에 인플루언서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과 제품 판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인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정을 차단하고 해제하지 않는 식입니다. 이 교수는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를 만들어 인플루언서가 부당한 처우를 당하거나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