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첫 대어로 꼽히는 뷰티테크 기업 APR이 공모가 최상단을 웃돌면서 몸값이 2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APR의 견조한 성장세에 ‘타타불(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400% 상승)’ 기대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상장으로 만 36세의 창업자 김병훈 APR 대표이사는 약 175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공모 물량 중 구주 매출 7만주가 모두 김 대표 보유 지분이기 때문이다.
상장 후 김 대표의 보유 주식은 248만4854주로 공모가 기준 지분가치는 6200억원에 달한다.
APR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14만7000~20만원) 상단을 넘어선 25만원으로 확정됐다. 총 공모금액은 947억5000만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8960억원에 달한다. APR은 전날 일반 청약을 마치고 이달 말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 2조 대어 에이피알 … 두 번의 시도 끝에 상장
APR은 2014년 10월 공동창업자인 김병훈 대표와 이주광 전 대표에 의해 설립됐다.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을 론칭하고 이듬해 매출 126억원을 올렸다.
이후 2017년 시리즈A 단계 라운드 펀딩을 진행, 50억원을 유치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고 의류 브랜드 ‘널디’, 남성용 화장품 ‘포맨트’, 즉석 사진 부스 ‘포토그레이’ 등의 브랜드를 출범했다. 2018년에는 시리즈 B 단계 펀딩을 진행해 총 277억원 정도를 모아왔다
다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두 공동대표 간 갈등으로 이주광 전 대표가 2019년 사임했다. 이 대표는 이후 무신사 등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펫케어 스타트업 비엠스마일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엠스마일은 페스룸을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해 #SK네트웍스로부터 2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를 단독으로 경영하게 된 김 대표는 더 이상 신주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2020년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자회사인 APR에쿼티홀딩스(현 넥스트스테이지)에 넘긴 지분(당시 22.4%)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거래소는 회사 지분이 김병훈 대표와 자회사로 양분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보유 지분을 10만원대에 되샀다고 한다.
이듬해인 2021년 선보인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에이지알(AGE-R)’ 디바이스가 히트하면서 APR의 기업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중국 쿼차오(애국소비)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아모레퍼시픽 ##이나 #LG생활건강 ###매출이 뒷걸음질칠 때 APR은 이를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에이지알은 국내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3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APR 매출 40.5%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미국 등 7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AP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3718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9%, 277.6% 증가한 수준이다. 2018년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APR의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CAGR)은 157.4%를 기록했다.
이에 APR은 지난해 초부터 상장을 다시 준비했고, 올해 기관 수요예측에 흥행을 거두며 공모가를 25만원으로 확정했다. 두 차례 시도 끝에 이달 말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 1988년생 용띠 김병훈 대표… 주식 2% 매각, 175억원 현금화
이번 상장으로 김 대표는 약 175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됐다. APR은 7만주에 대한 구주매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모두 김 대표 소유 지분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최대주주의 구주매출이 발생할 경우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27.5%의 세금이 부과된다. 세금(약 48억~1250억원)만 떼도 약 127억원의 돈방석에 오르게 된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공모 전 33.69%에서 공모 후 32.76%로 낮아진다. 공모가 기준으로 따지면 나머지 지분 가치만 6200억원에 달한다. 이미 현금화한 175억원과 합산하면 이번 상장으로 약 6400억원을 벌어들이게 된 셈이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공모주 투자자에게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IPO 목적이 투자를 위한 신규 자금 조달보다는 대주주의 엑시트(주식 매각)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투자 선호도가 하락,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가 구주매출을 통해 보유지분을 줄이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APR 관계자는 “이번 구주매출 7만주를 제외한 대표 보유분을 모두 통상 기간보다 배 이상 긴 2년 반이라는 학부모님들을 걸고 김 대표가 지속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3일 열린 IPO 간담회에서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평택에 제2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에는 생산능력을 증대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해외 수요에 적극 대응해 가시적인 매출 성장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구주 매출과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김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