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빅테크 돈이 몰린다. 전문가 깜짝 놀랬다.

전 세계 돈이 미국 빅테크에 쏠려 있잖아요.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이 흐름은 장기적입니다. 방망이를 오래 잡고 꾸준히 분할 매수해야 합니다.(빅테크주 펀드매니저)
최근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조정을 받았지만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호의적이다. 요즘 같은 계단식 조정은 받겠지만 추세적으로 결국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반면 반등 조짐을 보이는 국내 빅테크주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1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기술주 7개를 뜻하는 마그니피센트7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랠리를 주도해온 기술주에 대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날 8.44% 급락했다.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도 2%대 떨어졌다. 이 밖에 엔비디아(5.57%)와 메타플랫폼(4.11%), 알파벳(2.78%), 아마존(2.37%) 등도 하락했다.

이어 12일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고 일부는 반등했다. ‘매그니피센트7’ 종목 중 애플(1.31%)과 엔비디아(144%), 테슬라(2.99%)만 전날 급락분을 일부 되돌렸고 나머지 종목은 약세를 이어갔다.

강한 상승세는 꺾였지만 그동안 이들 빅테크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테슬라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차량 인도 실적 등으로 지난달 25일부터 11거래일간 상승했는데, 이 기간 상승폭이 50%에 달한다.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도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약 170% 폭등한 바 있다.

국내 빅테크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올 들어 전날까지 각각 22.19%, 21.96% 급락했다. 광고와 커머스, 콘텐츠 등 핵심 사업 부문의 성장률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들 현지 빅테크는 템,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의 저가 공세에 직면한 상태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와 손잡고 쇼핑 전용 기능을 내놓은 유튜브가 경쟁자로 등장했다. 미국 빅테크와 달리 AI 사업에서의 뚜렷한 행보가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가 약세 요인 중 하나다.

‘급등한 미국 빅테크주’와 ‘급락한 국내 빅테크주’ 사이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매그니피센트7’ 종목은 상승폭이 컸던 탓에 ‘주가 정점론’이 나오는 반면 네이버·카카오는 ‘주가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개인이 미국 빅테크에 넣은 돈을 빼내 국내 주식에 넣고 있는 이유다.

수급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국내 상장된 주식 중 올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기업은 네이버였다. 개인은 무려 1조996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카카오 주식도 18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빅테크 주식보다는 ‘매그니피센트7’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AI 수혜주에 접근할 때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시장은 ‘승자 독점'(The Winner Takes It All)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어서 미국 빅테크 대비 국내 양대 빅테크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연말까지 크고 작은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추세적인 주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AI 열풍이 불자 빅테크가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빅테크가 아닌 반도체 종목이 AI 수혜주로 꼽혔다. 정책적 특수에 따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주로도 수급이 분산됐다.

반면 미국 전체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매그니피센트7’ 종목은 미국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7개 종목이 나머지 나스닥지수 구성종목 3321개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기록도 세웠다. 증권가는 글로벌 빅테크가 2분기 시장 기대에 부합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전고점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실적 추정치 또한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다.

김원재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역은 “매그니피센트7의 주가 상승은 밸류에이션이 아닌 펀더멘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들 종목은 견고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면서 상승한 것”이라며 “최근 매그니피센트7의 실적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다른 업종 기업의 실적 대비 성장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거시환경이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여전히 매그니피센트가 주도하는 상승이 나올 전망”이라고 밝혔다.

황재수 신한투자증권 서울금융센터 지점장은 “카카오와 네이버는 AI로 명확한 숫자를 내지 못하고 있어 수급이 몰리지 않고 있다. 주가 하향은 열려 있고 상향은 닫힌 상태라고 본다”며 “AI 시장에 편승하려면 미국 관련주에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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