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일 그만두고 배달 일을 시작했는데 벌써 3년째다. 큰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들어왔지만 현실은 다르다. 하루 평균 89시간 일하는데 많이 벌어도 300만원이다. 이마저도 오토바이 관리비 등 비용을 빼면 더 줄어든다. 사고라도 나면 진짜 끝이야. 플랫폼 노동자라도 9년간 요금이 동결되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서울 마포구 거주 30대 배달라이더 윤모 씨)
여기에 소상공인과 배달 플랫폼까지 얽혀 있는 복잡한 요금 구조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9년째 동결’이라는 라이더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더 이상 소상공인이나 플랫폼이 소비자 배달료를 대신 부담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배달료가 인상된 것처럼 느끼고 있다.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게 벌어진 만큼 당분간 배달요금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 10명 중 4명 “배달비 적정 금액은 0원”
우선 소비자의 경우 성인 10명 중 4명은 적정 배달비가 ‘0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시사 Poll 서비스 ‘네이트Q’가 성인 1만1140명에게 ‘적정 배달비’를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8%가 ‘0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35%가 ‘1000~2000’원을, 20%가 ‘2000~3000’원이 적당한 배달료라고 답했다.
반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배달기본료 인상 수준인 ‘3000~4000원’이 적정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389명)에 불과했다.
물가 인상과 배달칩 부담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배달음식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모 씨(29)는 팬데믹 기간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배달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한 달에 6만원이 드는 것을 보고 한 달 전에 배달앱을 껐다며 월급 300만원 남짓에서 밥값 등 생활비도 빠듯한데 배달칩이라도 아끼려고 (배달앱 삭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박모 씨(29)는 올해 초 가족회의를 하면서 배달을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만약 불가피하게 밥을 사먹을 경우 가족끼리 간단한 내기를 해 진 사람이 음식을 픽업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배달칩이 조금만 먼 길에서도 5000원이 나온다”며 “장거리를 오가는 택배비도 2500원 정도인데 몇㎞ 배달만 하는데 이 가격은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라이더 ‘9년간 배달요금만 동결’
시민과 달리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등 플랫폼 소속 배달라이더들은 배달노동에 적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물가 상승과 별개로 9년간 기본 배달료가 건당 3000원으로 동결됐다며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배달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5일에 이어 26일 서울 송파구 배달원 본사 앞에서 기본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일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9년째 동결 중인 기본 배달료를 4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본 배달료는 고객이 내는 배달비와 별도로 배달원이 사업주로부터 받는 배달비 6000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금액이다.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 전담 라이더들도 13일 사측의 일방적인 단가 인상 취소 통보에 반발했다.
이들은 쿠팡이츠가 지사 라이더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단가 인상 카드를 꺼내 홍보했지만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돌연 결정을 철회해 혼란을 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달 1일부터 배달건당 단가는 최대 600원 인상됐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