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S&P500과 나스닥지수는 나흘 연속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1.1%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2.3%와 2.9% 하락했다. 별다른 악재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S&P500은 종가 기준으로 4500선이 무너졌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한 기술적 애널리스트는 “S&P500 지지선은 4439~4444선이 될 것”이라며 “다만 지수가 지지선을 이탈해 4409~4419선까지 무너질 경우 깊은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7월 고용보고서는 나쁘지 않았다. 신규 일자리가 18만7000개 증가해 월가 전망치인 20만개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월평균 신규 일자리 수가 31만2000개였던 것을 고려하면 노동시장이 확실히 냉각돼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다만 평균 시간당 임금이 전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해 예상치 0.2%를 웃돌았고 실업률도 3.5%로 예상(3.6%)보다 낮아졌다.
미국 구인 이직 사이트 모음 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고용보고서는 완벽한 골디럭스 보고서였다”며 “월 15만~20만개 신규 일자리는 계속 낮은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해 구직자 및 최근 해고된 근로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완벽한 숫자”라고 평가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이번 보고서는 경제가 질서정연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한편 2분기 실적 시즌이 정점을 통과한 가운데 이번 주에는 루시드와 일라이 릴리, 디즈니, 윈리조트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또 이번 주에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기대인플레이션 등 물가지표가 잇따라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 특징주 흐름은 다음과 같다.
◇아이칸엔터프라이즈(IEP, 25.09, -23.23%) 대표적인 투자회사이자 에너지·식품포장·부동산 등 비즈니스 운영지주사 아이칸엔터 주가가 23% 급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규모 배당 삭감 여파로 해석된다.
아이칸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6% 급감한 25억달러에 그쳤고, 주당순이익(EPS)도 -0.72달러로 전년(0.41달러 적자)보다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조정 EBITDA(상각 전 이익)도 전년 대비 73% 급감한 3400만달러에 그쳤다.
아이칸은 또 분기 배당금을 기존 주당 1달러에서 2달러로 50%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이후 첫 배당금 삭감이다. 지난해 아이칸의 배당수익률은 16%로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힌다. 이번 배당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당수익률은 유지될 전망이다. 올 들어 주가가 50% 급락했기 때문이다.
아이칸은 지난 5월부터 공매도 투자회사 힌덴버그의 타깃이 되고 있다. 힌덴버그는 이날도 SNS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아이칸에 대한 공매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NKLA, 2.5, -26.36%) 미국 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주가가 26% 급락하며 2020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부정적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낙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는 우선 이날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1500만달러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조정 EPS는 -0.2달러로 전년 동기 -0.41달러는 물론 예상치 -0.22달러보다 양호했다. 다만 이는 발행주식 수 급증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게 월가의 설명이다. 실제 총 순손실 규모는 더 커졌다.
니콜라는 또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1억3000만달러에서 1억4000만~2억달러로 낮추고 트럭 인도량 가이던스도 375500대에서 300400대로 낮췄다.
두 번째 이슈는 주총에서 신주 발행 계획에 대해 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결국 자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가능성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1월 부임한 마이클 로셸러 최고경영자(CEO)가 가족 건강 문제를 이유로 돌연 사임 소식을 알린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이클 로셸러의 사임으로 현 이사회 의장이자 전 GM 부회장인 스티브 개스키가 새 CEO로 선임됐다.
◇포티넷(FTNT56.77-25.07%) 사이버보안 솔루션 업체 ‘포티넷’의 주가가 25% 급락했다. 거시적 불확실성에 따른 향후 실적 우려가 불거진 여파다.
포티넷은 이날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2억9000만달러로 예상치인 13억달러에 다소 못 미쳤다. 다만 조정EPS는 58% 급증한 0.38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0.34달러를 웃돌았다.
포티넷은 이어 연매출 가이던스를 54억3000만~54억50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 54억7000만달러를 밑도는 규모다.
회사 측은 “2분기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고객이 계약을 연기했다”며 “거시적 불확실성 여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로알토(PANW, 218.32, -8.1%)와 지스켈러(ZS, 146.16, -3.1%) 등 다른 사이버보안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부킹홀딩스(BKNG, 3063.16, 7.86%)
온라인 여행 서비스 플랫폼 운영기업 부킹홀딩스의 주가가 9%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킹홀딩스는 부킹닷컴 아고다 프라이스라인 카약 렌탈카스닷컴 등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부킹홀딩스는 3일 장 마감 후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54억6000만달러, 조정 EPS는 37.62달러로 모두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는 각각 28.98달러와 51억7000만달러이었다.
회사 측은 “강력한 여행 수요 추세가 7월까지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3분기는 기록적인 여행 시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프라이스라인과 부킹닷컴에 생성형 AI 여행 도우미를 탑재해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고, 우리도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