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이 중앙정부 기준 10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데다 기초연금 지급액도 계속 높아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초연금 월 40만원’이 현실화되면 관련 재정지출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7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중앙정부 기초연금 예산으로 20조2000억원이 편성됐다. 올해 18조5000억원보다 9.2% 늘었다. 기초연금 도입 첫해인 2014년 국비 5조1000억원의 약 4배다.
기초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예산을 편성해 지급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4조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국비와 지방비를 더한 기초연금 총액은 24조원을 넘는다.
기초연금 예산이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로 매년 기초연금액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435만 명이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내년에는 7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월 20만원으로 시작된 기초연금 기준액은 선거 때마다 인상 공약이 이어진 결과 올해는 월 32만3000원으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월 33만4000원으로 인상된다.
연간 출생아 수가 90만 명을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기초연금 소요 재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기초연금 재정 소요액이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2030년 76조9000억원, 2040년 179조4000억원, 2050년 125조4000억원, 2060년 39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료 한 푼 안 내도 월 32만원 국민연금 절반 받는 기초연금
매년 이어지는 기초연금 인상이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야 나중에 연금수급권이 생기는 데 비해 기초연금은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무조건 지급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경우 연금 수급액이 기초연금액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표한 ‘기초연금 현황과 입법 동향에 따른 재정전망 분석’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 기준 연금액은 월 32만3000원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수급액(월 61만9000원) 대비 52.2%다. 10년 이상20년 미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수급액(42만1000원)과 비교하면 76.7%에 이른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2014년에는 이 비율이 각각 41.8%와 49%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월 20만원이던 기초연금 기준액이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높아지면서 국민연금 수급액과의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현재 기초연금 급여는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을 저해할 수 있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 자산이 늘면서 기초연금의 ‘소득 변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은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다. 단독가구 기준으로 2015년에는 소득인정액이 월 87만원 이하여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월 202만원까지도 기초연금을 받는다. 기초연금 수령 자격을 정부의 ‘복지기준’인 기준 중위소득과 비교하면 2014년 59.5%였지만 올해는 97.2%로 높아졌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대신 저소득층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