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와 오리건주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리튬 매장량이 세계 최대 규모에 가까울 정도라는 예측이 나왔다.
뉴욕포스트, 폭스비즈니스 등 현지 언론의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네바다-오리건주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리튬 매장지에는 최대 4000만t에 달하는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맥더밋 칼데라’로 불리는 해당 지형은 오리건 주 남동부와 네바다 주 북부에 있는 맥더밋 서쪽 타원형 대형 분화구(칼데라)다.
해당 분화구는 약 1600만 년 전 거대한 화산 마그마가 외부로 폭발하면서 형성됐다. 막다미트 칼데라(분화구) 내부는 나트륨과 칼륨, 염소, 붕소가 풍부한 알칼리 서마그마의 산물이 가득 차 있었으며 이것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풍화작용을 통해 리튬 생성으로 이어졌다.
오리건주립대와 뉴질랜드 GNS사이언스연구소, 미국리튬기업협회 소속 지질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산폭발로 생긴 맥더밋 칼데라의 리튬 매장량은 2000만40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칠레와 호주 매장량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지질학자인 아누크 볼스트는 영국 화학전문매체 케미스트리월드에 “만약 매장 추정치가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산 리튬의 갑작스러운 공급 과잉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가격, 공급 및 지정학적 측면에서 전 세계 리튬 역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22년 기준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을 고려했을 때 맥더밋 칼데라에 매장된 리튬의 가치는 1963조원, 우리 돈으로 약 1조48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4차산업 필수광물 둘러싼 미중 갈등 완화될까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흰 석유’로 불린다. 중국은 희토류와 함께 리튬 니켈 등의 자원을 미국을 반격하는 카드로 적극 사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광물전쟁’으로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CRU그룹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리튬 채굴량의 28%를 차지한다. 광물 가공 부분에서는 무려 67%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 채굴뿐만 아니라 가공과 공급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중국 공급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가 공개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미국 배터리 공급망:배경과 주요 동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양극재 공급의 75%를 차지한다.
반면 북미지역 음·양극재 생산량은 수요의 각각 18%, 8%에 그쳐 최대 공급처인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불가피하다. 특히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을 원료로 만든 중간재인 전구체에 리튬을 혼합해 만든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중 리튬이 차지하는 원가는 60~70%에 달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이 최소 10년 내 음·양극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번 리튬 광산 매장량 추정치가 나오면서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국가들은 리튬 등 희귀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주요 7개국(G7)은 중국 대신 다른 나라에서 광물 수입을 늘려 최종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제3국에서 수입하는 핵심 원자재 비중을 역내 소비량의 65%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