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를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항상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은 어느새 인싸가 되어 있을 거예요. 재밌게 봐주세요.
요즘 그야말로 ‘라면’ 열풍입니다. 농심 신라면 더레드, 삼양식품 메쁘띠, 오뚜기마열라면 등 다양한 라면 신제품이 속속 출시 중입니다. 라면 마니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요즘입니다. 저도 라면을 정말 좋아해요. 하루에 하나는 만들어 먹어요. 아무리 먹어도 맛있는 라면은 식욕을 돋우는 마법 같은 음식입니다.
이런 라면을 먹을 때는 딜레마가 하나 있어요. 라면을 끓일 때 면을 먼저 넣느냐, 국물을 먼저 넣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물이 끓으면 국물을 먼저 넣는 편이에요. 국물이 물에 먼저 쏟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예 물이 끓기 전부터 국물을 넣는 사람도 적지 않죠. 물론 공식 조리법은 이와는 다릅니다.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으라고 권합니다. 라면 봉지 뒤에 안내 문구도 써 있죠?
문득 궁금했어요. 왜 국물보다 먼저 면을 넣으라고 할까요? 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다를까요? 그래서 국내 라면업계의 대표적인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 등에 직접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번생활의발견의주제는면이먼저냐국물이먼저냐,라면조리법에대한고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는 것이 ‘평범’입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안전상의 우려 때문입니다. 물 끓을 때 국물 넣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갑자기 물이 끓고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을 돌비현상(bumping)이라고 합니다. 액체가 끓을 때 이물질이 갑자기 유입되면서 분자가 과열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국물이 급격히 끓고 국물 맛과 향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찬물에 먼저 스프를 넣는게 어떨까요? 이 부분도 다소 문제는 있습니다. 수프는 지방과 고춧가루 등이 포함된 향신료입니다. 찬물보다 뜨거운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습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물과 면 투입 순으로 맛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물을 먼저 넣는 것이 풍미와 안전 등 이득보다는 손해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국물을 먼저 넣어야 맛있다’는 속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끓는점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국물 속의 염분으로 물의 끓는점이 올라가 더 높은 온도에서 라면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라면 면은 전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면이 고온에서 단시간에 익어야 전분 구조가 풀리고 탄성이 좋다는 거죠.
다만 끓는점의 차이가 맛을 좌우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 라면 제조사의 입장입니다. 보통 라면 스프는 10~12g 정도로 아주 작아요. 500~550ml 정도의 물의 끓는점을 크게 올릴 수 있을 만큼 큰 용량은 아닙니다. 농심 관계자는 “끓는 물의 온도가 100℃일 때 여기에 국물을 넣으면 끓는 물보다 3~4℃ 정도 높아질 뿐”이라며 “국물에 따른 온도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연구소 측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라면 조리법은 라면 업체의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 완성된 결과입니다. 식품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이 레시피들을 수십 년 이상 참고해 왔습니다.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은 올해 출시 60주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에서도 잘 팔리는 농심 신라면은 37년이 되었습니다. 면이 먼저냐 국물이 먼저냐 하는 의문을 단순한 재미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라면 장인 입장에서는 그냥 사소한 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에서 말씀드린 사실입니다. 물론 조리법은 말 그대로 정석이지 정답은 아닙니다. 제조사도 지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라면을 즐길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니까요. 아무래도 쌀쌀해진 요즘입니다. 뜨거운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