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식품외식가격 인상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우유를 포함한 유가공품, 카스 등 맥주, 맥도날드와 맘스터치의 메뉴 가격이 올랐다. 정부가 나서 식품외식업계를 상대로 물가안정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가격인상 요인이 계속 나타나면서다. 지금은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유가와 환율이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29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다음 달 2일부터 빅맥 등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한다. 맥도날드는 지난 2월 평균 5.4% 가격을 올렸지만 9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섰다. 빅맥 세트가 5500원이 됐다. 맘스터치는 31일부터 닭가슴살을 원료로 사용하는 버거 4종의 가격을 평균 5%가량 인상한다. 맘스터치도 올해 초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리아, 버거킹, 노브랜드버거 등은 당장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가격을 인상하기까지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고물가로 가격 인상은 대체로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져 왔다. 대표 기업 중 하나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기업들도 시차를 두고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식이다. 맥도날드와 맘스터치의 가격 인상이 버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을 올린 이유로 늘 거론되는 ‘원부자재 비용 상승’과 ‘물류비 상승’은 해외 정세의 영향을 받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되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가격 인상 압력 요인이 추가됐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2.33달러(2.8%) 오른 배럴=85.5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이달 2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침체됐던 유가가 다시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 상승의 영향을 받게 된다.
환율도 문제다. 국내 식품업계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품목에 따라 90%에 이르기도 한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가 생긴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55.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당분간 1300원대 중반을 유지하거나 연고점에 이를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정부가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유가와 환율이 불안한 가운데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계의 3분기 실적에 따라 가격 인상 요인이 추가될 수 있는 상황이다. 내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식품업계가 다시 가격 인상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관계부처 고위공무원들이 식품·외식업계 임원들과 직접 만나 물가안정 협조를 구했지만 인상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며 “최대한 인상 자제를 노력하겠지만 국제정세까지 불안해 다시 인상 러시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