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다 마신 뒤 집에 가서 꼭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이 있다. 배가 고파서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일시적인 저혈당 때문이다. 위와 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간에서 해독된다. 간은 본래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환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혈당)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간이 알코올 해독에 매달리면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변하는 양이 줄어든다. 이렇게 하면 혈당이 낮아지고 이를 필요로 하는 우리 몸의 많은 기관은 뇌에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공복감이 심해지는 이유다.
알코올이 식욕중추에 영향을 미쳐 배고픔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실제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팀이 술을 마신 참가자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확인한 결과 술을 마시기 전과 비교해 뇌의 시상하부가 활성화돼 음식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쥐에게 알코올을 투여하면 평소 먹는 것보다 1020% 더 먹는다는 영국의 한 실험 결과도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술을 마신 뒤 매번 라면을 먹다 보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지방을 축적할 수 있다. 간 등 우리 몸의 기관은 알코올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대사 활동을 잠시 미뤄둔다. 에너지 연소도 마찬가지다. 알코올에 대응하는 만큼 에너지 연소가 지체돼 남은 에너지가 체지방세포에 축적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단순히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켰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저혈당 상태에서 회복하려면 꿀물처럼 단 음료를 조금 섭취한다. 또 숙취 해소를 위해 콩나물 토마토 녹차 등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