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독 더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눈에 띄게 땀을 많이 흘리거나 더위를 참기 힘들다면 질병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다.
◆비만이면 더 더워? (O)
비만인 경우라면 다른 사람에 비해 더위를 더 타는 경우가 있다.
강소연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환자는 두꺼운 지방층으로 인해 열 발산이 정상 체중인 사람들에 비해 원활하지 않아 더위를 더 잘 느낄 수 있다”며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 만성질환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더위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비만은 체지방의 과잉 축적으로 인한 만성질환 상태를 뜻한다. 비만환자는 정상체중인 사람에 비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심뇌혈관질환 위험과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과도한 체중으로 인해 다양한 부위의 관절염,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40대 후반 이상 갱년기도 영향
여성들이 폐경기에 접어들면서 얼굴 쪽으로 열이 쉽게 오르고 더위를 심하게 느낀다면 폐경기 혈관성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열성홍조는 가장 많고 대표적인 폐경기 증상으로 얼굴과 목, 가슴 윗부분에서 열감과 붉은 홍조가 올라오고 맥박 증가와 땀이 나며 심계항진(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불편한 기분이 드는 증상)과 어지럼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주로 이른 저녁에 많이 발생하며 불안, 흥분, 더운 날씨, 맵거나 뜨거운 음식 섭취,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주 나타난다.
김주영 의정부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감소가 뇌 시상하부 체온조절 중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폐경기 증상이 심해지고 점점 더위에 민감해진다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갑상선 이상도 확인해야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도 더위에 약하다. 갑상선은 목 중앙에 나비 모양으로 위치했는데 갑상선 호르몬을 배출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데 기능이 떨어지면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고 대사가 빨라진다. 이 과정에서 열이 많아져 더위에 취약해지고 땀 배출량도 늘어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에 이상이 생기거나 숨이 차고 신경질적일 때가 많아지고 불면증도 생길 수 있다. 식욕이 늘어도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고 설사나 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도 보인다. 증상이 심하면 안구돌출, 안구건조증, 충혈이 나타날 수 있고 갑상선 부위가 커지는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월경량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 있고, 남성의 경우 매우 드물지만 여성형 유방이 생길 수 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나충실 교수는 “여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온 조절을 위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며 “하지만 특히 땀이 많이 나고 단기간에 체중이 줄면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한증 환자 심뇌혈관질환 위험 높다
우리 몸에는 ‘에크린’과 ‘아포크린’이라는 두 가지 땀샘이 있다. 우선 온몸에 분포하는 에크린샘은 99%가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끈적임이 없고 냄새도 거의 없으며 맑고 투명한 땀을 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땀이 많이 나는 질환으로 알려진 다한증이 바로 에크린샘의 과도한 분비로 발생한다.
다한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5%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생활은 불편해도 질환으로 크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성수·문덕환 교수, 가정의학과 이지원·박재민 교수 연구팀이 5만5000여명을 7.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다한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기타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각각 1.24배, 1.16배와 1.22배로 나왔다. 이 중 다한증을 치료하는 교감신경절제술을 받은 경우에는 뇌졸중 위험도가 1.36배에서 0.44배로,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도는 1.24배에서 0.62배로, 복합심장질환 위험도는 1.31배에서 0.56배로 낮아졌다.
연구팀은 “교감신경항진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만 다한증 환자에서 교감신경항진과 자율신경계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교감신경절제술로 교감신경항진을 조절하면 다한증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