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를 맞아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면 전문가들은 ‘오전 6시 기상’과 같은 조기 기상 습관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생체리듬이 달라 이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빠른 기상을 강요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장기적인 건강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 롱아일랜드의대 정신의학과 학과장 애런 핑커소프 박사는 최근 미국 방송 폭스뉴스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격언을 넘어 자신의 내부 시계를 거스르는 데 따른 생물학적 비용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는 의지나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상당 부분 결정된 생체리듬, 즉 ‘크로노타입(chronotype)’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면은 90~110분 주기의 반복 구조로 깊은 빌렘(NREM) 수면과 렘(REM) 수면이 번갈아 나타난다. 밤 초에는 깊은 수면이 우세해 신체 회복과 면역 기능, 기억 형성을 돕고 새벽이 될수록 렘수면의 비중이 늘어나 학습과 감정 조절, 뇌 기능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밤형 인간을 억지로 일찍 깨우면 이 중요한 렘수면을 충분히 채우지 못한 채 기상하게 되고, 그 결과 ‘몸은 깨어났지만 뇌는 아직도 피곤하다(wired but tired)’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핀카소프 박사는 “수면-각성 선호도의 약 40~50%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자신의 생체시계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렘수면을 희생하는 것이며 이는 만성피로, 기분불안정, 집중력 저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대사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정신과 전문의 니사키아샨 박사는 “저녁형 인간은 불안, 우울, 섭식장애, 비만,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제2형 당뇨병의 유병률이 더 높다”고 밝혔다. 이른 출근과 사회적 일정에 맞추느라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생체리듬 교란을 겪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건강과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은 ‘얼마나 일찍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수면의 질과 일관성’이라고 강조한다. 핀카소프 박사는 “빠른 일정으로 바꾸는 가장 큰 이점은 사회적 적응이 쉬워진다는 점이지만 그 변화가 강요될 경우 대가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내부 시계를 무리하게 바꾸기보다는 점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주말을 포함해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성을 유지할 것을 권한다. 기상시간을 하루 15분씩 앞당기는 점진적 조정, 아침 햇살 노출을 통한 생체리듬 리셋,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고 명상·따뜻한 샤워·허브차 등으로 수면 전 루틴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늦은 시간 운동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해야 한다. 수면 문제와 기분 저하가 지속된다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개인의 크로노 유형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