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에 상륙한 중국의 탕후루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탕후루는 딸기·포도·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설탕·물엿으로 코팅한 뒤 일렬로 꽂은 꼬치구이로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 간식입니다.
최근 탕후루 붐은 홍대·건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이 줄을 서서 사먹을 정도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 375만원(하루 12시간 기준)을 지급한다는 텀플 전문점 채용 공고까지 나왔을 정도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탱플’을 태그한 게시물만 12만7000개가 넘습니다. 유튜브에는 탕후루 11꼬지를 한꺼번에 먹는 한국인 먹방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탕후루 열풍에 의사들은 “건강을 생각한다면 한국에 오지 말았어야 할 메뉴”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언뜻 건강에 좋은 과일을 먹는 방법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불청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과연 탕후루를 즐길 때 몸에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몸에 남은 당, 지방으로 쌓여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탕후루의 열량은 100g당 70~100cal로 포도(60cal), 배(51cal), 사과(57cal), 단감(44cal) 등 다른 과일보다 높습니다. 이는 과일의 과당뿐만 아니라 설탕·물엿 등 이당류(포도당과 과당이 결합)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탕후루를 먹고 몸에 들어온 당분 중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됩니다. 과일의 당분, 즉 과당은 지방에서 대사되지만 과다섭취분은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된 후 제대로 쌓입니다. 이렇게 간에 쌓인 지방의 양이 간의 5%를 넘으면 지방간으로 구분합니다.
또 탕후루를 코팅한 설탕 속 포도당은 혈액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데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이 포도당을 데리고 몸의 각 세포로 들어갑니다. 그 후 각 세포에서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아서 재고 처리된 포도당은 혈액을 흘러 혈당치를 높입니다. 높아진 혈당치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치를 낮춥니다. 그런데 인슐린이 처리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당분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인슐린이 부족해지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혈당치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 즉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탕후루 당분은 당분 중에서도 혈당을 가장 빠르게 올리는 ‘단순당’으로 혈당치 급상승과 급하락을 유도하는 ‘혈당 스파이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단순당은 당이 1~2개로 구성된 구조물로 먹으면 몸에 바로 흡수됩니다. 이를 통해 혈당이 빠르게 높아지고 몸에서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더 많이 배출합니다. 이때 몸에서 혈당을 급속히 낮추는 과정에서 저혈당과 공복감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탕후루와 같은 극강의 단맛 식품을 다시 먹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중독에 의한 금단현상으로 과식·폭식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게다가 극강의 단맛을 일단 한 번 경험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낍니다. 이 행복감과 만족감은 마약·알코올 중독자가 쾌감을 느끼는 호르몬 구조와 같다. 실제로 탄수화물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장기적으로는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비슷한 변화가 뇌에서 일어납니다.
탕후루에 설탕을 코팅하려면 설탕을 열로 녹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흔히 ‘당독소’로 불리는 최종 당화산물(AGEs)이 다량 발생한다는 사실도 문제다. 당독소는 당과 단백질이 뜨거운 온도에서 결합해 변성된 산물입니다. 또 탕후루를 먹고 과다 섭취한 당이 피 속에서 흘러 피 속 단백질과 붙으면 당 독소가 만들어집니다. 당독소는 스스로 분해되지 않고 세포 내 다양한 효소와 결합하는데 세포 활성도를 억제합니다. 또 면역세포와 신경세포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런 당독소들은 피부 콜라겐과 결합을 해서 피부를 주름지게 만듭니다. 또 혈관 벽을 단단하게 해 근육·관절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체내 당독소 수치가 높을수록 암·치매 발병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다낭성 난소증후군 유발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탕고루는 원래 중국에서 약으로 쓰였다고 전해집니다. 중국 황제의 후궁이 아플 때 식전에 하나씩 먹던 방식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거란족이 과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녹인 설탕물을 과일에 발라 얼리는 형태로 굳혀 먹었는데 이것이 탕후루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초기 텀플은 산사의 열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마사코가 아닌 머스캣 딸기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을 잇따라 끼우는 ‘간식’으로 거듭났습니다. 현대인의 취향에 맞춰 더 달콤해진 셈이죠. 게다가 과일의 당도는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브릭스(Brix) 수치가 높을수록 ‘맛있는 과일’로 평가돼 선호되기 때문이다. 탕후루에 쓰이는 과일이 과거보다 달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현재 중국에서는 과일뿐만 아니라 오이·옥수수·족발·고추·김밥·고등어·게 등 탕후루 원재료를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1일 섭취 권장량을 성인 기준 하루 섭취되는 총 열량의 5% 미만으로 제시합니다. 성인이 하루 2000kcal을 먹으면 하루 섭취 권장량은 25g 미만이다. 당 25g은 콜라 한 캔에 들어 있는 당의 양과 같다. 이런 당분은 영양소 없이 칼로리만 높아요. 성장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오히려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탕후루 100g에 탄수화물(당)이 18~25g 들어 있습니다.
단맛에 중독된 사람은 평소 식습관으로 미각을 건강하게 ‘리셋’하는 것도 좋습니다. 미각 중에서도 단맛에 무뎌지면 단 음식을 무심코 먹기 쉽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혀는 단맛·짠맛을 잘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쓴맛·신맛을 느끼는 감각기관보다 빨리 늙었기 때문입니다. 단 음식을 먹을 때 신맛·쓴맛의 음식을 곁들이면 미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에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면 원두의 쓴맛, 신맛이 초콜릿의 단맛을 더 잘 음미하게 합니다. 반면 초콜릿에 바닐라라떼를 함께 마시면 단순당은 많이 섭취하면서도 단맛을 충분히 느끼기 어렵습니다.
음식을 차갑게 먹으면 따뜻하게 먹을 때보다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팥빙수 슬러시처럼 차가운 음식을 먹을 때는 조금 얇더라도 연유를 적게 넣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나물류처럼 식감이 거칠고 맛이 맵더라도 씹는 재미를 느끼고 샐러드의 새콤달콤한 맛도 즐길 수 있도록 혀를 다양한 미각에 길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사 때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면 포만감을 주고 식사량이 줄어들어 결국 당을 조금만 먹여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파인애플·사과·배·양파·당근·파프리카 등은 단맛을 내면서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흰쌀보다 정미를 적게 한 현미에도 식이섬유가 많습니다.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설탕세’를 도입하여 설탕 소비를 줄이도록 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여 어린이·청소년의 당 섭취를 줄이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8년 4월부터 일정량 이상의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설탕세는 지나치게 많은 설탕 소비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아동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설탕이 포함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가 설탕세 도입 후 어린이 비만 수준 변화를 추적한 결과 특정 연령에서 비만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여아 비만 사례가 종전 대비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은 이 밖에도 적극적으로 비만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정크푸드 1+1 판촉 금지’를 앞두고 있습니다. 당초 10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었으나 물가상승을 이유로 2년 연기되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설탕세 부과’ 등 직접적인 조치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교내 매점 및 자판기에서 고칼로리 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비만인이 비만 수술을 할 경우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탕후루와 같은 극강의 단맛 제품을 아이가 소비할 때 일부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서다.
도움말=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현미(전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부장)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