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들고 있는 원판 반도체 전세계 술렁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나노 기반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인텔 제공]
저게 바로 1.8나노 반도체 웨이퍼?

원조 ‘반도체 거인’ 인텔이 최근 업계를 술렁이는 깜짝 발표를 했다. 무려 1.8nm(10억분의 1m)급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공개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25년에야 2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지만 아직 시제품이긴 하지만 인텔이 이미 1.8나노 웨이퍼를 공개한 것에 놀랍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제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1나노를 넘어 0.1나노 차이 싸움으로 심화하는 모습이다.

‘0.1나노’ 차이의 중요성을 알려면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생산 과정부터 봐야 한다.

파운드리 업체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 및 공급하는 업체를 말한다.

반도체 생산에는 집적회로장치가 사용된다. 통상 파운드리 공정 수준을 뜻하는 나노는 이들 회로 간 폭을 뜻한다. 3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라는 것은 회로 간 폭을 3나노로 줄여 만든 반도체라는 뜻이다.

회로간 폭이 좁아지면 우선 동일한 웨이퍼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심을 수 있어 보다 정밀한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전력 소모도 줄고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반도체의 양도 늘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1나노를 줄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0.1나노면 100만분의 1m다. 현존하는 기술 중 최첨단 공정기술이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이지만 여기서 더 줄이기가 쉽지 않다.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별 최초 양산 시기는 ▷2016년 10나노 ▷2019년 7나노 ▷2020년 5나노 ▷2022년 3나노 순이다.

최근 열린 인텔의 연례 개발자 행사 ‘인텔 이노베이션(Intel Innovation)’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8나노 웨이퍼를 들고 “내년 1분기에 (1.8나노) 반도체 설계를 공정에 보낼 예정”이라며 “인텔이 제시한 4년 내 5단계 공정 도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고 5개 공정개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그중 1.8나노 공정이 마지막 단계다.

팻 겔싱어 CEO의 말이 실현되면 인텔은 삼성전자나 TSMC보다 앞서 2나노 미만 초미세 공정 개발에 성공해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전망이다. 사실상 이번 공개로 “우리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겠다”며 삼성과 TSMC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25년부터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올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는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텔의 1.8나노 기반 웨이퍼가 진짜 제품이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인텔의 기술력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지만 인텔은 7나노 기반에 머물고 있다. 아직 선두업체의 현재 기술도 따라잡지 못했지만 이 둘을 추월한다고 하니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1.8나노 공정 반도체를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한 장비가 아직 시장에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8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하이 뉴 메리컬 어퍼처(이하 하이NA)’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다. 차세대 EUV 장비로 불리는 하이NA는 기존 EUV보다 렌즈와 반사경 크기를 키워 보다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다.

문제는 ASML이 아직 파일럿(테스트) 제품조차 고객사에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이NA 장비가 있어야 1.8나노 공정 기반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어떻게 시제품 웨이퍼를 공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이 연말께 고객사에 파일럿 제품을 보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후에도 수개월의 조정 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양산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잘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경쟁이 격화될수록 ASML 하이NA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이NA 1대의 가격은 3억~3억5000만유로(약 43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ASML은 하이NA 장비를 2027년까지 연간 20대까지 제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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