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감독으로서는 이날 경기에서 반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결과는 더 실망스러웠다. 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도 실망한 나머지 푸념과 야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때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응원석을 향해 걸어갔다. 야유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허리춤에 두 팔을 올리고 “부탁해요”라고 외쳤다. 김민재는 “일부 팬들이 우리가 할 수 없기를 바라고 응원하는 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부터 못한 게 아닌데 야유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 다만 선수들을 응원해 달라고 말씀드린 것이다면서도 생각하기 나름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은 그렇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축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난이 잇따랐다. 야유도 선수가 감내해야 할 문제 야유를 받았다고 관중석으로 달려오는 선수가 어디 있느냐 소속팀에서 비판받을 때는 한마디도 안 했는데 한국 팬들이 생각하느냐 등의 내용이다. 일부 팬들은 김민재의 소셜미디어에 몰려 비난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선수들을 향한 것은 아니다. 절차를 무시하고 감독 자리에 오른 홍명보를 향한 것” “김민재가 욕 먹을 이유가 없다. 야유가 너무 많았다” “홈경기에서 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야유를 보내는 것은 미개한 일” 등 반론도 이어졌다.
이날 야유는 홍 감독과 함께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축구협회장도 대상이었다. 홍 감독이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우~’하는 야유가 일어났고, 북소리에 맞춰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도 나왔다.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피노키혼 선수는 일류, 회장은? 등 비판 문구를 쓴 족자도 등장했다. 붉은 악마는 6일 “어떤 순간에도 할 수 없기를 바라고, 지기를 바라며 응원하지 않았다”며 “간절히 승리를 바랐던 김민재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아쉬움에 오해한 것 같다, 다만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공정과 상식이 없는 불통의 축구협회 행위에 대해 목소리를 가장 잘 내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경기장이라고 생각했다”며 “거짓으로 일관하는 협회와 본인 신념을 저버린 감독에 대한 항의와 야유였다”고 설명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마지막 무대의 첫 단추는 일단 불안에 휩싸였다. 지난 아시안컵 실패 이후 한국 축구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외유와 재택근무 논란, 그리고 전격 경질, 아시안컵 때 주축 선수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연이은 경기력 침체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후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미숙한 전력강화위원회 운영, 절차를 무시한 홍 감독 선임 등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커지는 양상이다.
주장 손흥민은 팬들이 원하는 감독이 있었겠지만 이미 (감독 선임은) 결정된 일이다. 저희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며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해 팬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감독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재와 같은 사례가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 팬과 선수는 좋은 관계로 함께 뭉쳐 대한민국의 승리를 바라야 한다며 적어도 홈경기에서는 선수들에게 한마디씩 좋은 이야기로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강인 역시 “감독님이 저희와 함께하는 첫 경기였는데 응원이 아닌 야유로 시작해서 많이 아쉽다”며 “선수들은 감독님을 100% 믿고 따를 것이다. 팬들은 당연히 많이 아쉽고 화가 나겠지만 그래도 많은 응원과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