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럴까? 결론은 틀렸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9시간 정도다. 보통 성인이 하루 평균 7~7.5시간 잠을 자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길다.
다만 노인은 하루 평균 1시간 20분 정도 낮잠을 잔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일반 성인의 밤 수면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노인에게 수면장애는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국내 65~84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7.7%가 불면 증상을 호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람은 삶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을 잠자며 보내는데, 이를 통해 몸과 정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회복시키고 생체리듬을 유지하게 된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몸의 활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면역기능 저하와 만성질환 위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기 수면장애는 수면시간 아닌 질 문제
수면장애란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낮에는 잘 일어나지 않고 졸음을 호소하는 상태, 수면 리듬이 흐트러져 어려움을 겪는 상태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수면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다. 3~4시간만 자도 숙면을 취하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병이 아니다. 반대로 8~9시간 자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피곤하며 낮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수면장애일 수 있다.
노년기 수면장애 중 가장 흔한 것은 불면증과 1주기 리듬 수면장애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일어나고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 수면 부족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낮에 피로감과 졸음, 의욕상실 등을 겪게 된다.
1주기 리듬 수면장애는 생체 리듬과 관련이 있다. 노인이 되면 생체시계, 즉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뇌신경 기능이 감소해 일일리듬이 일반 성인보다 조금 빨라진다. 이로 인해 수면 양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대부분 오후 7~9시 사이에 일찍 잠이 들고 오전 3~5시 사이에 일어나게 된다.
최윤호 교수는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 수면유도물질 멜라토닌은 해가 진 뒤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며 “노인들은 1주기 리듬이 바뀌는 데다 멜라토닌 분비까지 원활하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과다수면증과 기면증,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REM) 수면행동장애 등이 수면장애에 해당한다.
과다수면증은 밤에 최소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는데도 낮에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다. 기면증은 참을 수 없는 졸음으로 갑자기 잠이 드는 것으로, 먹거나 말하거나 걷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코골이는 매우 흔한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는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중 호흡 이상이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할수록 자주 깨어나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낮 동안의 극심한 피로감과 잠도 안 자는 듯한 느낌, 아침 두통, 무기력,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치매 등 인지장애,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잘 때 손발, 특히 다리의 특정 부위가 지속적으로 다양한 불편감이 느껴져 잠들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전기가 흐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 환자마다 불편감은 다르게 나타나고 이는 움직임을 통해 좋아진다. 심하면 통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