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풍선을 북한에 날려 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24일 러시아에 파병된 젊고 어린 북한 병사들에게 지금이 북한을 탈출할 수 있는 평생의 기회이니 절대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에 중점을 둔 심리전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2년 탈북한 이 단장은 2001년부터 매년 대북 전단 수천만 장을 북한에 보내고 있다. 그는 1995년 한국에 입국하기 전 3년간 러시아에 머물렀다.
이 단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중 국경의 경계가 너무 엄격해 가능하면 북한에서 국경을 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남북 육로도 지뢰밭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 파병이 북한의 젊은 병사들에게 살면서 한번 올까 말까 한 탈북 기회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러시아에서 손에 무기까지 들고 있어 탈북 날개를 단 셈이라며 이들이 탈북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투항하면 한국에 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탈북민 3만4000여 명이 대한민국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탈북민의 목소리로 직접 파병한 북한 군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심리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다만 하루 세 끼 고기 반찬을 준다는 심리전은 북한 내부에서 굶주린 병사들이라면 몰라도 러시아에 나가 있는 젊은 병사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만큼 대한민국에 오면 1만달러(정착지원금)과 집(임대주택)이 제공되고, 대학에서 공부도 잘하는 등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착취당하는 해외파견 노동자들처럼 러시아가 파병 용병에게 월 2000달러씩 준다고 해도 95%는 김정은 주머니에 들어가 병사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소액일 것”이라며 “다른 나라 전장에서 목숨 걸고 번 돈을 김정은 정권에게 다 빼앗기지 말고 한국에 오라고 하면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병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1992년 6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역에서 북한 벌목꾼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들은 소련이 망한 데다 어떻게 이렇게 잘살 수 있느냐며 놀랐다면서 망했다는 국가가 북한보다 훨씬 잘살아 있는 모습에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이 허용되지 않는 폐쇄국가에 갇혀 있던 북한 사람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놀라 잠이 깬다”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도 훨씬 더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파병 군인들은 국가 배급이 아니라 ‘장마당’을 통해 살아온 ‘장마당 세대’이자 한류를 접한 젊은 세대”라며 “파병이 인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절호의 탈북 기회라는 것을 알려주면 탈영하는 북한 병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북한은 1960년대 초 한국이 서독에 광부 간호사를 파견해 마련한 외화를 밑천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것을 보고 1972년 소련에 벌목공을 파견(1만6000여 명)했고 1977년 수천 명 단위로 리비아에 건설자를 파견했는데 시베리아 밀림과 리비아 사막은 현지인과 접촉면이 많지 않은 곳이어서 당국의 통제가 가능했다며 그러나 북한 당국의 직접 통제가 쉽지 않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장에 1만 명이 넘는 젊은 병사를 보내는 것도 북한으로서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