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에 힘이 빠져 무기력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기운이 없는 것과 달리 실제 근육에 힘이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중증근무력증’일 수 있으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증근무력증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정상 조직이나 물질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자가면역질환은 보통 20~30대 젊은 층에서 흔하지만 중증근무력증은 드물게 50~60대 환자가 많다.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데다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은 근력 저하와 피로다. 특히 초기에는 눈꺼풀 처짐과 복시(겹쳐 보이는) 등 안구 근육 약화가 잘 나타난다. 얼굴 근육이 약해져 씹기, 말하기, 삼키기 등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전체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15%는 눈 증상만 나타나지만 나머지 85%는 다른 근육에 침입해 손발에 힘이 빠지거나 심하면 호흡근까지 약해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중증근무력증은 무기력증과 혼동하기 쉽다. 다만 무기력이 기운이 없고 우울해 보이지만 어떤 일을 할 때 근력에는 지장이 없는 반면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물건을 들거나 힘을 쓸 때 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차이가 있다. 아침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오후에 심해지거나 쉬거나 자면 다시 좋아지는 등 근력 저하 기복을 보이는 차이도 있다. 초기에는 악화와 호전이 반복돼 증상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악화돼 온몸에 침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원에서는 △1분간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볼 때 서서히 눈꺼풀이 떨어지는 경우 △정면을 향한 채 눈동자를 좌우로 고정할 때 1분 이내에 초점이 맞지 않게 되는 경우 △1~50까지 숫자를 셀 때 발음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중증근무력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경우 추가로 반복 신경자극검사, 아세틸콜린 수용체 항체 측정, 항콜린 에스테라제 약물 투여 검사 등을 통해 질병을 확진한다.
중증근무력증은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관리해야 한다. 면역체계를 유지하면서 질병 악화를 막고 증상을 적절히 조절해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이 때문에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 면역억제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면역글로불린정맥주사, 혈장분리교환술, 흉선절제술 등의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서정민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조기 발견 후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할 경우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며 “약물 복용 후 증상이 사라지면 환자의 독단으로 약을 끊고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향후 증상 악화 및 무력증 위기 등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