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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겨울이라 붕어빵이랑 호떡이 너무 맛있어. 둘 중에 뭐가 좋냐고요?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가운데 정말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면 붕어빵 손을 들어준다. 붕어빵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호떡 기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탱탱한 반죽을 갉아먹으면 배어 나오는 계피향 녹은 설탕(꿀)을 생각하면 사실 호떡이 더 좋다. 하지만 요즘 호떡은 기름에서 헤엄쳐 나온 것처럼 지나치게 기름기가 많다. 맞다, 수영하고 나왔다고 했어. 재미있는 것은 기름을 전혀 혹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굽거나 정반대로 기름에 절여 튀겨버리면 요즘 호떡처럼 기름지지 않는다.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에는 팔순이 넘은 노인이 구워 파는 호떡이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면 의도적으로 기름을 최소한만 쓰기 위해 미량만 뿌린 뒤 닦아내는 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구운 호떡은 갓 구운 것을 받아도 기름에 절인 것보다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는데 특히 반죽의 맛을 확실히 즐길 수 있다. 지방은 맛을 확장시켜주기 때문에 기름에 구운 호떡이 쓰지 않은 것보다 더 맛있다.
반면 처음부터 튀길 경우 조리 시간이 짧아질 뿐만 아니라 잘 털어내면 남아 있는 기름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조금 다른 음식이지만 역시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킨 도넛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튀김은 사실 오븐과 비슷한 원리로, 끓는 기름이 조리되는 음식을 둘러싸고 수분을 빼앗은 뒤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반응하는 마이얼 반응을 이끌어내 표면을 노릇노릇하게 맛있게 만들어준다.
요즘 호떡은 굽지도 튀기지도 않고 두 가지 단점만 가지고 온 조리 방식으로 익힌다. 어쩌다 호떡이 이렇게 기름으로 어중간하게 수영하게 됐지? 어릴 때 호떡은 기름을 조금만 써서 구우듯 구웠다. 그러다가 1980년 겨울 무렵 튀김을 표방하며 지금처럼 기름을 많이 써서 어중간하게 끓이는 호떡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물의 비율이 높고 찰기가 있는 반죽을 기름을 조금만 사용해 구우면 성수기에 눌어붙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담가 튀기려면 엄청난 양의 기름을 기본적으로 데워야 한다. 호떡은 대부분 길거리나 남는 공간의 매장에서 조리해 팔기 때문에 큰 기름통을 담을 공간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민 끝에 오늘날과 같은 호떡 조리법이 자리 잡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높은 열량은 우려할 만하지만 기름 자체만으로 살이 찌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호떡이 처음 등장했던 1980년대라면 지방을 만드는 것은 지방이라는 이론이 대세다. 말하자면 건강 이론이 계속 바뀌어 왔지만 최근에는 연구를 통해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과 당이 살이 찐다고 밝혀졌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기왕 이렇게 쓰고 나서 생각해 보면 사실 호떡이 탄수화물과 당 덩어리이기 때문에 많이 먹는다면 기름을 조금만 써서 구운 것으로도 살이 찔 수 있다. 따라서 자제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지만 호떡을 조금씩 먹는 것이 분명 현명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표면의 기름을 냅킨으로 제거하면 섭취 칼로리를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어디서 호떡을 사든 냅킨을 잘 그리고 넉넉하게 가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