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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전력 세계 5위권… 군함·포병 전력 탁월
군비·방위·경제력 등 종합국력 고려시 10위권
남, 북에 군사력 질적 압도 … 북핵 변수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동 분쟁 등이 이어지면서 한 나라가 제대로 된 군사력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사력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기와 군인 등이 갖춰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증강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5위라는 보도가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이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군사력이 뛰어나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핵무기가 있다는 북한이 3~4위인데 그럼 우리가 군사력에서 압도적이냐”는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세계 5위의 군사대국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력과 인구 무기 방산 등 종합국력을 고려할 때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핵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만 놓고 보면 세계 5위권까지 상향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핵무기를 포함할 경우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군사력에서 오히려 위협적일 수 있다.
게다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군사 초강대국이 한반도 주변에 인접해 있거나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한국이 세계적으로 군사강국 평가를 받더라도 동아시아 지역에 국한하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 맨손에서 재래식 군사대국으로… 무기 국산화
현재 한국의 군사력은 재래식 전력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방위산업을 자랑하며 포방부라 불릴 만큼 엄청난 화력의 포병전력과 기계화군단, 초음속 및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불과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의 군사력은 보잘 것 없었다.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조선군은 무기는커녕 제대로 된 옷조차 없었고, 해방 후 1948년 건군 초기에도 한국군은 입을 전투복이 없어 일본군이 남긴 전투복이나 미군이 쓰던 전투복을 입어야 했다.
1950년 625전쟁 초기에는 북한군에 밀려 고전했으나 미군의 지원으로 전력 보강이 이루어져 1954년까지 제1, 2군 군수기지사령부, 10개 예비사단 등이 창설되었다. 당시 한국군의 숙원사업이었던 M47 전차 등 신형 무기가 도입됐다.
1964년부터 1972년까지 총 32만 명의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됐다. 이는 실전 경험을 통해 군사력을 향상시키고 무기의 현대화를 실현하는 계기가 됐다.
1970년대부터 국내 방위산업 육성을 통해 자주국방 능력 강화가 추진되었다. 19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설립됐고 1971년 최초의 국산 무기인 M16 소총의 라이선스 생산이 이뤄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설계 무기와 탄약의 라이선스 생산이 시작돼 1979년 참수리급 고속정의 독자 개발과 취역이 이뤄졌다.
1992년에는 지상군사령부에 대한 지휘권, 1994년에는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반환됐다.
1990년대에는 첨단 무기체계가 도입됐지만 K1 전차 등이 개발됐고 2000년대 들어 무인항공기, 전차, 포병, 보병전투차량 등의 신규 자산 개발과 도입이 이뤄지면서 공군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했다.
이처럼 한국군이 강군으로 도약한 것은 625전쟁을 계기로 실전을 통해 전투력과 전략적 사고를 발전시켰고, 월남전 참전이라는 해외 파병으로 실전 경험을 쌓으며 군사력을 업그레이드했다.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한 국방비 투자로 첨단 무기체계를 확보했고, 한미동맹 속에서 미국과 군사협력으로 선진 군사기술과 전략을 습득했다. 국내 방위산업 육성을 통한 자체 군사력 증강도 군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됐다.
◇ 재래식 전력 세계 5위권… 군함·포병 전력 탁월
최근 들어 전 세계 군사력 순위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글로벌파이어파워(GFP)다. GFP는 각국의 군사력을 평가하기 위해 60개 이상의 지표를 사용해 순위를 매겼으며, 이 지표에는 군대의 규모, 장비의 다양성, 군사 예산, 지리적 위치 등이 포함된다.
GFP 군사력평가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뜻으로 병력과 무기 수는 물론 경제력, 전시동원가능인력, 국방예산 등 60개 이상 개별 항목의 지표를 활용해 산출한다.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 순위에서 GFP는 정식 국가기관이나 통계기관과는 무관해 무조건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 등에서도 군사력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지만 2007년 이후 중단됐고 다른 국가기관들도 공식적인 군사력 순위를 발표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GFP 통계가 세계 군사력 순위를 논할 때 각국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 보도되고 있다.
GFP만 놓고 보면 한국의 군사력 순위는 지난 10년간 상승해 왔다. 2013년 9위, 2014년 7위에 올랐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6위를 유지했으나 2024년에는 5위로 상승했다.
GFP의 2025 군사력 순위에 따르면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파워지수 0.0744로 전 세계 1위였고 러시아(0.0788), 중국(0.0788), 인도(0.1184), 한국(0.1656), 영국(0.1785), 프랑스(0.1878), 일본(0.1839), 튀르케(0.1920), 이탈리아 ( 0.2164) 순으로 상위 10위를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