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에 성공하며 실용급 위성발사체로서의 첫 데뷔를 했다. 각국 주요 외신들은 이 소식을 빠르게 전하며 “한국이 독자 기술로는 처음으로 실용급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며 항공우주 프로그램의 또 다른 핵심 단계를 밟았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25일(현지 시간) 누리호 발사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3단 누리호 발사체가 관측 임무 수행용 등 8개의 실용급 위성을 싣고 이륙했다. 이번 발사는 한국의 우주기반 감시시스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인근 국가들과의 역내 우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누리호 길이는 47m로 건물 12층 높이”라며 “프랑스 발사체 ‘아리앙 5’보다는 조금 작지만 탑재체 용량은 누리호가 6배 이상 크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난해 시험위성을 실은 누리호를 발사해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1t급 이상 위성을 실을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7번째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APTN은 “한국이 자체 제작한 발사체를 이용해 실용급 위성을 처음 발사했다”며 “지난해에도 누리호에 위성을 탑재했지만 당시에는 주로 성능 검증용 위성이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EFE통신도 “이번 발사는 위성을 탑재해 목표 궤도에 올릴 수 있는 한국의 우주발사체 운용 능력을 확인시켰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발사 성공의 의미를 북한과의 경쟁 구도와 관련해 해석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전문가 진단을 인용해 “이번 발사는 한국이 군사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기술과 지식을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북한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의 미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초부터 계속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 긴장은 여전히 고조되고 있다. 일부 실험은 미국 본토와 한국 일본에 핵공격을 가할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미 적대감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찰위성을 포함한 정교한 무기체계를 개발하려 한다고 전했다.
향후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을 언급한 부분도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누리호 프로젝트 일환으로 2027년까지 3기의 로켓을 추가 발사할 계획”이라며 “10년간 약 16억달러(약 2조128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그동안 한국이 시도한 우주 프로그램을 열거한 뒤 “한국은 2032년까지 달에, 2045년까지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등 우주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누리호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후 1, 2단과 페어링 분리까지 마치고 순조롭게 우주로 향했다. 고도 550km에 도달한 뒤에는 발사 목적의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KAIST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큐브위성을 비롯한 8기 위성을 20초 간격으로 분리했다. 발사 923초까지 위성 8기를 모두 분리한 누리호는 발사 1138초 만에 비행을 종료했다. 위성이 정상 궤도에 올랐는지, 정상 작동하는지는 26일 오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