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난맥상이 있었다고 폭로한 박주호 축구해설위원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9일 “박주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폭로한 것은 비밀유지 서약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호 위원은 지난 2월 20일 정혜성 감독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력강화위 위원을 맡아 약 5개월간 차기 사령탑을 찾는 작업에 참여해왔다.
정해성 감독이 지난달 말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사령탑 선임 작업을 7일 마무리했다. 결론은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었다.
많은 팬들이 원하던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박주호 위원은 8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 전력강화위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박주호 위원은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이 많았다. 어떤 외국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고 폭로했다.
또 그중에는 본인이 임시 감독을 하고 싶어하는 분도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명보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고 말해 팬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3월 A매치 기간을 앞두고 황선홍 당시 23세 이하(U-23)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세우는 과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화 없이 투표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박주호 위원은 자신은 홍 감독의 내정 사실도 몰랐다며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 전력강화위원회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 중에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축구협회는 박주호 위원의 폭로 내용은 일부 근거 없는 주장이거나 외국인 감독을 원했던 자신의 견해로 왜곡해 현실을 인식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축구협회는 9일 성명을 내고 (박주호 위원이 참석한 10차 회의에서) 위원들은 5명의 후보까지 위원회가 추천하므로 다음 과정은 이 후보로 위원장이 진행하도록 정 위원장에게 위임한 바 있다며 홍명보 감독은 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당시 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또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박주호 위원이 전달을 받고 동의했다고 강조한 뒤 위원으로서 자신이 지지한 것과 다른 결과에 대해 놀라고 낙담할 수는 있지만 결과가 자신의 예상이나 의도와 다르다고 해서 절차가 아니다는 것은 위원으로서 올바른 언행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주호 위원이) 전력강화위원회의 활동과 감독 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박 위원이 언론이 아닌 자신의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점도 문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해당 영상은 공개 20여 시간이 지난 현재 시청 수 156만 회를 기록 중이다.
박주호는 4월 2일 축구협회와 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 활동에 관한 비밀유지 서약서에 서명했다.
서약에는 본회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 어떠한 처벌이나 불이익도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고 돼 있다.
박주호의 행보가 독립기관으로 만들어진 전력강화위 체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축구 관계자는 “박주호가 하려는 말은 일부 위원이 처음부터 홍명보 감독을 지지했다는 것인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아 결론을 내는 게 ‘위원회’의 기능 아니냐”며 “박주호가 일부 위원을 ‘답정너’라고 비난한다면 박주호 역시 ‘답정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