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저격당한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음모론이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엑스(X·구 트위터) 등 SNS에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연출’ ‘각본’ 등을 뜻하는 해시태그 #Staged가 유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귀에 묻은 피가 연극용 젤이며 총격은 자작극이며 비밀경호국(SS)이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총격 직후 촬영된 AP통신 에반 부치 기자의 사진이 음모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에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성조기를 배경으로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은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든다세기의 사진으로 꼽힌다.
하지만 음모론자들은 이 사진이 즉석에서 찍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한 미국 내 유튜브 이용자는 “(사진이) 너무 끔찍하고 완벽하다”면서 “깃발은 물론 모든 게 완벽하게 배치됐다”고 적었다.
또 총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피를 늦춘 것도 음모론자들의 혐의를 받았다. 총격 사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피를 촉구하는 경호요원들을 “기다리라(wait)”며 제지한 뒤 주먹을 치켜들고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부찌 기자의 사진이 찍힌 것도 이때였지만 음모론자들은 당사자가 고집한다고 해서 대피를 늦추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진영에서도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루스소셜 이용자들은 이번 총격 사건의 배후에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있다거나 미 중앙정보국(CIA)이 암살을 기도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마이크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도 SNS에 “바이든이 지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TV 토론 얘기는 그만하고 트럼프에게 ‘초점(bullseye)’을 맞추자”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총격 지시’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음모론이 확산하자 트럼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비서실장은 14일 “추측과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WP는 블루아논(Blue Anon) 음모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루아논은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에 빗대 좌파 진영의 음모론 세력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 같은 음모론에 대해 영국 BBC방송은 “음모론은 때때로 합당한 의문과 혼란 속에서 시작된다”며 “(경호 실패 이유가 설명되지 않자) 그 빈 공간에 불신과 추측, 거짓 정보가 들이닥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