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 활동량이 많지 않은 성인에서는 하루 총 걸음 수보다 걸음 수를 어떻게 축적하느냐가 장기적인 건강 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짧은 이동을 반복하는 보행보다 일정 시간 이상 끊김 없이 오래 걷는 연속보행을 실천한 사람들에서 전체 사망 위험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낮았다는 분석이다.
스페인 유럽대학 마드리드 의학·보건·스포츠학부 스포츠과학과 보르하 델 포소크루스 교수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를 활용해 진행한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에서 신체 활동량이 낮은 성인을 대상으로 보행 패턴과 장기 건강 결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하루 평균 8000보 미만을 걷는 성인 3만3560명을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참가자의 평균 하루 걸음 수 중앙값은 5165보였으며, 모두 일반적으로 ‘저활동군’에 해당하는 집단이었다. 연구진은 단순한 걸음 수가 아니라 하루 종일 보행이 얼마나 긴 연속 구간에서 이뤄졌는지 주목했다.
보행 패턴은 연속 보행 시간에 따라 △5분 미만 △5분 이상~10분 미만 △10분 이상~15분 미만 △15분 이상 4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전체 참가자의 42.9%는 대부분의 걸음을 5분 미만의 매우 짧은 보행으로 쌓았고, 33.5%는 5~10분 구간이 주를 이뤘다. 10~15분 연속보행 위주인 경우는 15.5%였고, 15분 이상 걷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8.0%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평균 9.5년간 추적 관찰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 발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속 보행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위험은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보행 대부분이 5분 미만인 집단의 전체 사망 위험은 평균 4.36%였지만 5~10분 보행 중심 집단에서는 1.83%로 낮아졌다. 10~15분 연속 보행 집단의 사망 위험은 0.84%였고, 15분 이상 지속적으로 걷는 집단에서는 0.80%로 가장 낮았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뚜렷했다. 추적기간 동안 누적 심혈관질환 위험은 5분 미만 보행집단에서 13.03%였으나 5~10분 보행집단에서는 11.09%로 감소했다. 1015분 연속보행 집단에서는 7.71%로 더 낮아졌고, 15분 이상 연속보행을 실천한 집단에서는 4.39%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하루 5000보 미만을 걷는 매우 비활동적인 성인에게서 이런 효과가 더 뚜렷했다. 이 집단에서는 총 걸음 수와 상관없이 보행을 한 번에 오래 유지할수록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모두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진은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하루 걸음 수 목표를 크게 늘리지 않아도 짧은 이동을 반복하는 대신 일정 시간 이상 의도적으로 걷는 보행 습관만으로도 건강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걷기의 ‘양’뿐 아니라 ‘구조’와 ‘패턴’ 역시 공중보건 전략에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함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