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이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걷기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강도가 높을수록 효과는 더 커졌다. 다만 ‘1년 이상’ 꾸준히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주 150분 이상, 1년 이상 꾸준한 운동이 우울증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스포츠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Sports Science, Medicine and Rehabilitation’ 온라인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31일 밝혔다. 박재호 유전체역학과 책임연구원이 제1저자, 임준영 과장 등이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 참여한 40~82세 성인 1만9112명을 대상으로 운동유형, 주당 수행시간, 지속기간과 우울증상 위험 간의 관련성을 심층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 및 불안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주당 최소 150분의 유산소 운동 수행’을 권고하지만, 운동 유형과 수행 수준별로 우울증 위험 감소 효과 차이를 규명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걷기 운동, 유산소 운동(빠른 걷기, 조깅, 달리기, 사이클, 수영, 춤, 줄넘기 등), 근력 운동(저항성 운동) 그리고 구기나 라켓이나 투기 종목처럼 규칙과 경쟁이 동반되는 스포츠 활동으로 운동 유형을 구분해 우울증 예방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집단과 비교했을 때 운동을 수행한 경우 우울 증상 위험이 유형을 불문하고 유의미하게 낮았다. 우울증 위험 감소는 운동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였지만 걷기는 19% 낮은 반면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저항성 운동), 스포츠 활동은 각각 41%, 40%, 46% 낮아 효과가 더 컸다.
다만 구체적으로 이런 효과는 운동 시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우울증 예방 효과는 운동 종류와 상관없이 주당 150분 이상,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지속했을 때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걷기 운동만으로도 우울증 위험이 31% 낮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저항성 운동)은 각각 48%와 45%, 스포츠 활동의 경우 57%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운동을 지속한 기간이 12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유의한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고강도 운동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질병 등을 앓는 경우에도 걷기만으로 우울증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체력이 뒷받침되면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스포츠 활동과 같은 맞춤 운동을 통해 우울증 증상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우울증 증상은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건강 문제”라며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걷기부터 유산소·근력·스포츠 활동까지 개인의 여건에 맞는 생활 속 운동을 꾸준히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