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해야 하는 질명
나이가 들면서 기억이 희미해지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물론 기억력 저하가 치매의 대표 증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치매로 기억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수두’일 수 있다.
수두는 뇌에 물이 고이는 질환이다. 우리 뇌에서는 뇌를 보호하고 대사물질을 순환시키는 뇌척수액이 하루 일정량 뇌실에서 만들어져 순환하며 뇌실, 두개강 안에 저장, 흡수된다. 그러나 종양, 출혈, 염증, 외상 등 여러 이유로 뇌척수액 생산과 흡수 메커니즘에 불균형이 생기거나 뇌척수액 순환 통로가 폐쇄되면 뇌에 물이 고이게 된다.
뇌실이나 두개강 내에 뇌척수액이 과다 축적되면 뇌가 압박을 받아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전두엽, 운동섬유, 대소변을 억제하는 중추가 압박돼 기억·인지장애, 보행장애, 요실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치매가 장시간 증상이 악화되는 것과 달리 수두는 통상 3개월 이내에 빠르게 진행된다. 증상도 약간 다르지만 수두증이 인지장애, 보행장애, 요실금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과 달리 치매 환자는 보행장애나 요실금보다 인지장애가 명확하다. 또 기본적인 업무 수행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또 퇴행성 질환인 치매가 노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수두는 소아에서 선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아 약 500명당 1명꼴로 나타나며, 2세 이하 소아는 아직 두개골이 닫혀 있지 않고 수두증이 진행되면 머리 둘레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다행히 수두증은 아직 완치법 없이 증상 악화 속도를 지연·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치매와 달리 치료가 가능하다. CT·MRI 검사, 뇌척수액 배액,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뇌 수조 촬영술을 통해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되면 내시경적 제3뇌실 절제술, 뇌실-복강간 단락술을 통해 진행한다. 수술 시간은 2시간 미만으로 실제 고령 환자에게 많이 이뤄지고 성공률도 높은 비교적 위험성이 낮은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