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신체 각 부분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질병이다. 심장혈관이 막히거나(관상동맥질환) 맥박이 불안정하거나(부정맥) 심장근육 자체가 약해지는(고혈압, 당뇨,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심근증) 등 원인이 다양한데 마치 자동차 엔진이나 부품이 고장 나거나 연료가 부족하면 제대로 운행할 수 없는 상태에 비유된다.
김미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말기 심부전은 5년 내 사망률이 50%를 넘는 암보다 무서운 질환이지만 예방과 치료 방법이 점점 발전해 충분히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60세 이상 심장과 전신 기저질환, 성인 만성질환은 모두 심부전 위험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심부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3만9682명으로 2017년 22만1315명에 비해 4년간 8.3% 증가했다. 전체 심부전 환자의 85% 이상을 60대 이상이 차지하고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 1.4배 많다.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원인이 과반수 이상이고 판막질환, 부정맥, 심근증도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생활습관에 의한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로 인한 심부전이 크게 늘었다. 비만, 고지혈증, 고혈당은 만성 염증 상태를 일으켜 심근과 혈관을 손상시켜 심부전을 유발한다.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증가하는데 60~70대의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으로 진단된다는 통계도 있다.
과거 심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더라도 중증 폐 신장 간 인지장애 자가면역질환 암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전신 상태가 쇠약한 노인에서 갑자기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항암제, 알코올, 식욕억제제 등 심독성 약물에 민감한 사람이 이들 약물에 노출되면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김미정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등 위독한 심장병 치료 후 생존율은 높아졌지만 소생한 환자 중 일부는 심부전을 갖게 된다”며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심부전 환자도 상당히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호흡곤란·부종·소화불량·빈맥 등이 나타나면 의심심부전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힘들게 움직일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눕거나 잘 때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발목과 종아리가 붓고 심하면 복수가 고인다. 일부는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하지만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부종을 동반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증상(빈맥)이 나타나 노인들은 경미한 인지장애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쇠약한 노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자칫 나이 탓으로 오인될 수 있다. 중증 심부전으로는 근육이 소실돼 기력이 달려 움직이기 어렵고 식욕이 없어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김미정 교수는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생긴 움직임이 힘들어 못 하게 되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지만 한 바퀴만 돌고 숨이 차거나 계단 몇 층 정도는 쉽게 올라갔지만 어려워졌다면 심부전 신호일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단계 말기 심부전, 암보다 사망률이 높고 심부전은 중증도에 따라 병기를 분류하는데 아무런 증상 없이 심근손상 위험인자만 있는 초기부터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까지 총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무증상 고위험군으로 고혈압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뇌혈관 말초혈관 관상동맥질환) 심독성 약물 노출 과거력 심근병 유전자 보유자 등이다. 식사, 운동,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과 심부전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로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2단계는 아직 심부전 증상은 없지만 심장 구조나 기능 이상이 시작된 단계다. 혈액검사에서 심장 손상을 의미하는 수치가 검출되거나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심장 비대, 판막 이상, 심근 수축 또는 이완 기능 저하 등이 관찰되는 경우다. 본격적인 심부전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원인질환 교정, 위해요인 회피, 심부전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치료가 필수다.
3단계부터는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호흡곤란과 부종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삶의 질이 저하되며 장기적으로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하므로 이뇨제 등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과 함께 장기 생존율 향상을 위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일부 환자는 입원해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심부전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결과가 발표되면서 치료가 발전하고 있다.
4단계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심부전 증상이 지속되는 말기 심부전 상태로 사망률이 암보다 높다. 약물만으로 효과가 미흡한 만큼 심장이식이나 심장보조장치 삽입술이 필요할 수 있다.
간혹 심부전 치료제가 효과가 늦게 나타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신장의 사구체 여과율 수치를 올리거나 오래 복용하던 당뇨병, 신장병, 관절염 등 약과 상충되기도 한다. 따라서 심장과 기존 질병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 치료 목표와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김미정 교수는 “심부전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한 진행성 질환이지만 건강한 생활습관과 입증된 약물치료로 꾸준히 관리하면 진행을 막고 병들기 전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며 “조기발견에 힘써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