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인 5.25~5.5%로 동결했습니다. 특히 연준은 내년 금리를 3개월 전보다 0.5%포인트(p) 높게 전망하며 통화정책을 예상보다 훨씬 긴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뉴스1에 따르면 연내 인하를 기대했던 은행 대출금리가 다시 흔들리면서 ‘영혼까지 모아 대출’ 차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지난주(21일) 연 4.27~7.099%를 기록, 상단이 전월 말보다 0.13%포인트(p) 올라 7%를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입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이어 연휴 직전인 27일에도 연 4.24~7.121%로 집계돼 상단이 0.022%p 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은행채)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 15일(4.006%) 8개월 만에 4%대로 상승했고 연휴 직전인 27일에는 4.056%까지 치솟았습니다.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로 꾸준히 오르던 은행채 금리는 미국이 최근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더해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모은 예적금 만기가 대거 도래함에 따라 재유치를 위한 은행 간 수신 경쟁도 치열해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예적금과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에 활용하기 때문에 조달비용이 늘면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5대 은행의 이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 안에 예정된 정기예금 만기도래액은 76조원에 달합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100조원 이상 고금리 수신상품의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리거나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그동안 상생금융과 금리인하를 강조했던 금융당국도 최근 늘어나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에 증가 억제를 주문하고 있어 은행 내부적으로도 가산금리가 오르거나 우대금리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요인 때문에 대출금리가 내년 초까지는 꺾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7%로 올랐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말에는 8%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예금 만기와 함께 최근 수신금리 상승은 여신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경기, 물가, 미국 금리 기조, 은행채 발행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해 고금리 현상은 내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레고랜드 사태로 늘어난 예적금 만기 도래에 따라 은행채가 순발행으로 전환된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당분간 대출금리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가능성을 낮게 봤던 주택담보대출 8% 전망도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대출을 자제할 경우 시장금리 상승 추이를 보고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