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병철이 세상 모든 ‘서인호’에게 일침을 가했다.
김병철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카페에서 위키트리와 인터뷰를 하고 JTBC ‘닥터 차정숙’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일 종영된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전업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인생봉합기를 그린 작품. 김병철은 대장항문외과 의사이자 조강지 아내를 두고 첫사랑과 불륜을 저질러 혼외자까지 둔 서인호 역을 맡았다.
김병철은 기본적으로 서인호에 대한 키워드는 우유부단하다. 서인호도 머릿속으로는 “이건 좀 달라, 이런 행동을 하지 말자”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기적인 면도 있고 우유부단해서 그런 관계를 끊지 못했구나 싶었다”며 “대학생 때 정숙과의 하룻밤 역시 충동적이지 않았나. 아무리 보일러 때문이라고 해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서 결정을 못 내리고 끌려간 사람인 줄 알았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극 중 서인호는 정숙에게 간이식을 하고 이혼한 뒤 홀로 살아간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답답한 결말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철은 결말에 대해 “인호가 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야 하지 않을까, 극적으로 조금 더 사이다 결말을 원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 분들이 보기에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정숙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부부 사이에서 호흡을 맞춘 엄정화에 대해서는 공감지수가 높은 배우다. 같이 연기를 할 때 정숙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연기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수식어를 덧붙일 필요는 없다. 이 업계를 대표하는 연기자와 작업하는 것이 영광스럽고 기뻤다”며 “작품을 볼 때마다 놀랐다. 한 번쯤은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이후로도 훨씬 잘하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경지에 있다고도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인호는 불륜남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능청스러운 연기로 “사랑스럽고 밉지 않은 악역”이라는 평을 얻었다. 이 같은 반응에 김병철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자칫 바람피우기, 불륜관계를 순화시키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불륜 캐릭터를 연기한 뒤 나쁜 말을 들은 경험이 없느냐고 묻자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데 방영 중에 한 번 모임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다. 예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누가 나를 알아챌까’ 싶었다. 기대가 아니라 무서웠어. 혹시 알아보면 안 좋은 얘기를 들을 수도 있는데 눈치보면서 타본 경험이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만약 지인들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김병철은 어떻게 행동할까. 이에 대해 잠시 고민하던 김병철은 힘들겠지만 결국 알리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 정숙이는 아픈 상황이라 아이들이 숨긴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알릴 것 같다. 정숙도 결국 “왜 나만 모르게 했냐”고 말하지 않는 걸까. 아무리 호의라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호의가 아닐 수 있다. 그 사람 일이니 직접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2001년 연극 세 여자로 데뷔한 김병철은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2017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인지도를 높였고, ‘스카이캐슬’을 통해 40대에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도깨비’, ‘닥터 프리즈너’, ‘쌉니다천리마마트,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다.
어느덧 데뷔 23년차를 맞은 그에게 최애 작품을 묻자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보통 다음 작품을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다 좋았어. 좋은 동료들과 작업했지만 그런 생각은 잘 안 하게 돼. 지나간 일에 대해 데이터를 쌓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다시 깨물고 옛날 이야기를 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우럭 아저씨 우럭 닮은 양반 도깨비에서는 파국, 이번 닥터 차정숙에서는 마성의 하남자로 불린 김병철. 그는 향후 본인 이름 앞에 부르는 수식어에 대해 “닉네임은 저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병철은 이 세상 모든 서인호에게 “당사자들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틀렸다는 것을. 자신의 판단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