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식 빅테크의 부활
5일 애플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대회 무대에 선 팀 쿡 최고경영자. 그의 뒤에 애플 로고가 크게 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 주가가 12일(현지 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애플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1.56% 오른 183.79달러로 마감했다. 애플 주가는 애플이 혼합현실(MX) 헤드셋 ‘비전프로’를 공개한 5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8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종가 기준 최고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세는 비전프로가 충분한 수요를 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이 딱 일주일 전 공개한 비전 프로는 공개 직후 3,499달러(약 445만원)라는 높은 가격,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 특유의 유려한 디자인, 그 어떤 기업보다 탄탄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도 등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이 높은 가격에 따른 약점을 상쇄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로써 애플의 시가총액도 꿈의 기록인 3조달러에 근접했다. 이날 종가 기준 애플 시가총액은 약 2조8900억달러로 1100억달러까지 3조달러만을 남겨둔 상태다.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은 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애플 주가 경신이 빅테크(주요 기술기업)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 주가는 지난 한 해 하락하거나 보합세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올 들어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41% 올랐고 지난달 뉴욕증시에서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올해 170% 이상 폭등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약 117%, 아마존은 약 47%, 알파벳(구글 모기업)도 약 38% 상승했다.
빅테크 주가가 다시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오르던 금리가 안정세를 되찾는 등 경영환경이 개선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로 불면서 테크업계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진 것 역시 빅테크 주가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이 안전자산이라는 건 말이 안 될지 모르지만 그만큼 애플 주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탄탄한 투자처로 꼽힐 수 있다는 얘기다. 웨인 코프먼 피닉스 파이낸셜서비스 시장 분석가는 “투자자로서는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애플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