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하루 물 2리터는 마시려고 합니다”
물은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음식 중 가장 간단하고 건강에 좋은 영양소다. 그래서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말은 진리로 여겨진다.
많은 유명인사도 물례찬론자다. 최근에는 걸그룹 출신 설현이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와 하루 물 2ℓ씩 마시는 것을 다이어트 비법으로 강조했다.
우리 몸의 약 70%를 차지하는 물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하루에 꼭 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사실 물 섭취 권장량을 계산하는 방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수분은 물, 음료, 음식을 통해 섭취하게 된다. 체내에 섭취된 후의 분포도 다양한 환경, 대사, 활동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단순히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게다가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영양학회의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20대 성인 남성의 경우 음식으로 1.4ℓ, 액체로 1.2ℓ, 총 2.6ℓ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층에서도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음식과 액체를 통해 2ℓ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일상적인 식습관을 가진 성인이라면 음식을 통해 약 1.4ℓ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어 물을 2ℓ까지 마실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강소연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분 섭취 시 대부분의 가공음료에는 당류, 나트륨 등의 첨가물질이 함유돼 있어 과다 섭취 시 비만 및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물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수분은 물, 음료, 음식의 다양한 형태로 섭취하기 때문에 무조건 하루 2ℓ의 물을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물이지만 많이 마시면 오히려 해로운 사람도 있다.
심부전을 앓고 있다면 심장의 수축력이 떨어져 있어 심장에 들어온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늘어난 혈액량에 따라 혈관 압력이 높아진다. 조직, 장기에 수분이 쌓여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신부전도 심부전과 마찬가지로 물을 많이 마시면 혈액량과 체액량이 늘어나 부종 위험이 높아진다.
간경화 환자의 경우에는 간 기능이 떨어지면 혈관 삼투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알부민의 농도가 낮아진다. 이것에 의해, 수분의 이동이 어려워진다. 이 상태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생길 수 있다.
강 교수는 “수분은 체내에 섭취된 후 다양한 환경, 대사, 활동 등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질환 단계와 개인별 건강상태에 따라 그에 맞는 양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